지난 1일, 한국건강관리협회 제주도지부 회의실에서 흥미로운 세미나가 열렸다.



여기서 말하는 외국 의료기관이란, 현재 제주도에서 유력하게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이야기다.


2015년 당시엔 이것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는데, 지금와서는 그 인기(?)가 좀 시들해졌는지, 관련 기사도 그렇게 많지 않고 검색어 순위에도 찾아볼 수 없다.


나의 경우엔 아무래도 관심이 있다보니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계속해서 찾아보는 편이었는데, 블로그에는 딱히 정리해놓은 적이 없는 것 같아 이번 기회를 통해 영리병원에 대한 개념과 이것이 들어왔을 때의 예상되어지는 결과를 내가 아는 지식 내에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녹지국제병원

녹지국제병원 조감도


일단 대체 저 병원이 기존 우리나라의 병원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해당 병원은 중국의 뤼디(綠地)라는 그룹이 총 778억을 투자하여 설립하고자하는 영리병원이며, 지난 2015년 보건복지부로부터 계획을 승인받았다.


지난 8월 28일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신청서가 제주도에 접수되었고, 관련 서류 검토 및 심의과정이 끝나 최종적으로 허가여부가 결정되게 되면 정식으로 개원하게 된다.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땐 허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진다.


(참고로 제주도의 경우 특별자치도이기 때문에 최종 결정권자는 현재 새누리당 소속의 원희룡 도지사인데,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영리병원 개설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현재까지 밝혀진바에 따르면 진료과목은 성형, 피부, 내과, 가정의학과의 총 4개이며, 근무인력의 경우 의사 9명, 간호인력 28명, 약사 1명, 의료기사 4명, 사무직원 92명 등 총 134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무직원이 의료관련 인력보다 두 배 넘게 많은 92명이라는 것에서 좀 의문이 들지만 이건 일단 넘어가자.



영리병원


그럼 우리나라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저 영리병원이란게 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 난리들일까?


나같은 경우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땐 조금 어리둥절했다.


우리가 지금 다니는 병원도 병원비 내면서 다니고 있고, 그 병원비는 병원에 근무하는 근무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인데 그것도 영리아냐? 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영리와 비영리의 개념은 돈을 버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병원은 100% 모두 비영리 병원인데, 이들의 경우 의료법상 명시되어 있는 비영리법인내의 영리만을 추구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기 때문에 병원과 연관된 항목에서만 투자 및 재원 사용이 가능하다. 쉽게말해 수익을 모두 병원에 재투자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리병원은 비영리법인이 아니며, 병원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해당 병원의 주주(투자자)들에게 배분이 가능하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주주들에게 배분이 된다는 것은 해당 병원설립에 투자한 임원들이 자본주의 원리에 따라 더 많은 돈을 벌고자 할 것이고, 그들의 입김에 따른 병원비의 증가, 더 나아가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값싼 의료보험이 아닌, 비싼 돈 주고 가입해야하는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환자 골라받기가 가능해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당연지정제(건강보험에 가입한 모든 국민들은 어떤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건강보험의 헤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폐지가 우선되어질 것이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 제도적, 법률적 난관(?)들이 많겠지만 영리병원의 설립허가는 결국 필연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의 폐지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게 될지도?


물론 지나친 비약일수도 있고, 제도적인 개선을 통해 영리병원이 들어오더라도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많다.

또한, 영리병원이 활성화 되게 되면 투자자들의 환자 유치를 위한 각종 고가의 의료장비들이 들어오게 될 것이고, 해당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될 환자들은 그만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되며, 이것은 외국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관광을 통한 외화수입도 기대할 수 있게된다. 실제 인도, 태국, 싱가폴등의 동남아국가에서는 영리병원을 통한 의료관광 수입이 국가 경제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활성화 되어 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때 이야기 했었던 의료민영화정책이 주장하는 것이 위와 같은 이점들을 통한 의료강국으로의 도약이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큰 문제점이 존재한다. 바로 우리나라가 위의 동남아 나라에 비해 인건비 측면이 훨씬 높은 선진국이라는 것이다.


영리병원이 개설되게 되었을 때 병원비가 올라갈 것이란 것은 자본주의의 특성상 당연한 결과이고, 그러면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과연 동남아와 상대가 될까?


'동남아 병원보다 시설적인 측면에서 더 좋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여 환자가 몰릴거라 생각한다면 차라리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의료선진국들이 많은데 그쪽으로 가면 되지 뭣하러 한국까지 와서 받겠는가?


결국 의료관광은 일단 가격적인 측면에서 유리해야만 가능한 일인데, 우리나라의 경우엔 그러한 측면에서는 전혀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이전 정부는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2015년 12월 18일,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승인하였다.



앞으로의 전망


솔직히 녹지국제병원이 설립이 되고 최종 승인이 나서 국내 최초의 영리병원이 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제주도라는 지리적 특성과, 영리병원 한군데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병원은 국민건강보험과 계약을 맺고 있는 상태에서 관련 법안을 무리하게 바꾸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뭐든 시작이 어려운 법. 제2, 제3의 영리병원이 생겨나면서 차츰 더 좋은 서비스와 질적인 측면을 원하는 상류층들은 영리병원으로 가게 될 것이고, 영리병원 측에서는 현재 당연지정제로 인해 국민건강보험과 강제적으로 계약을 맺고 있지만, 비급여를 통한 수익으로도 계속해서 적자가 난다면 당연지정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자는 주장을 펼칠 것이다.


실제로 2002년 의사들의 직업의 자유 및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몇명의 의사들이 당연지정제 위헌 심판을 청구한 적이 있었다. 물론 헌법재판소에서 합헌판정이 나면서 일단락 되긴 했으나 지금도 충분히 계기만 있다면 그들의 이득을 위해서 다시 들고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당연지정제가 완화 또는 폐지되게 되면 다른 민간 의료보험사와의 계약체결을 통해 영리병원은 더 많은 이득을 얻으려 할 것이다.


결국 국민건강보험의 자금원이라고 할 수 있는 상류층의 민간 의료보험으로의 이전은 국민건강보험 자체의 와해를 일으키게 된다.


끝은 결국 국민건강보험 폐지다.


그럼 일반 서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민간 의료보험사에 가입해야 하는 것이다. 보험이 없으면 영리병원에서 엄청나게 비싼 돈을 주고 진료를 받아야 할테니.


물론 저 영리병원 하나의 통과가 이렇게 엄청난 나비효과를 몰고올거란 보장은 없다. 그러나 아예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는 시나리오다.


저걸 막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역시 나를 포함한 대다수 국민들의 지속적인 감시관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참고문헌


1. 비영리의료법인, 영리의료법인, 의료민영화, 의료보험민영화 - Strange Journey



반대


2.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이것이 궁금하다 - 보건의료단체연합

3. [영리병원 10문 10답] 영리병원에 대한 진실을 말한다 - 건치

4. “어머 이건 봐야 해” 의료민영화 8문8답 - 미디어오늘

5. 영리병원에 보험사 해외환자 유치 허용까지…삼성이 웃는다 - 라포르시안

6. 국내 첫 영리병원 개설 가능, 시민단체 반발 - 메디게이트뉴스

7. 제주 영리병원 개원 눈앞에...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 - 오마이뉴스

8. 영리병원이 버는 돈,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는가? - 뉴스민

9. 의료영리화저지운동본부 "녹지국제병원을 지금당장 중단하라" 반발 - 중앙일보



찬성


10. 영리병원의 목표는 한국의 우수한 의료 서비스 수출 - 한사의 서재

11. [사설] 13년 만에 외국 영리병원 첫 허용, 국내 병원 역차별 없어야 - 조선일보

12. 존스홉킨스 “한국과 끝났다” - 중앙일보



중립


13. 새 정부 의료정책 시험대 제주 ‘영리병원’ - 데일리메디

14. 녹지국제병원, 국내 제1호 영리병원 개설 눈앞 - 미디어제주

15. 국내 첫 외국계 영리병원, 내달 서귀포에 문 열듯 - 조선일보

16. “병원만 하겠다는 외국 자본 없다…관건은 관리 방안” - 미디어제주



참고문헌을 정리하면서 느꼈던 점은 대부분 보수언론매체에서는 찬성을, 진보언론매체에서는 반대를 주장한다는 점이고, 찬성을 주장하던 보수언론매체의 경우, 최근 1년간 영리병원 관련된 기사는 거의 없거나, 단순 정보전달만을 위주로 하고 찬반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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