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 없이 다수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핵 앤 슬래시 장르를 좋아하는 편이다.
지금도 로스트아크(…는 접었습니다… 이건 제가 원하는 핵 앤 슬래시가 아니었어요ㅠ), 디아블로3는 시즌이 열릴 때마다 1,2주 정도는 열심히 하곤 한다. 그러던 와중 핵엔 슬래시 게임 중에서도 명작이라고 소문난 패스 오브 엑자일이 한글화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당연히 플레이해보았다.
영문판이라서 지나치게 높았던 진입장벽이 어느 정도 해소된 느낌이었지만, 언어 문제가 아닌 게임 자체가 상당히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플레이를 하면서도 어떤 빌드를 해야 하는지를 찾아보는 시간이 늘어만 갔고, 예전 같았으면 그러한 점이 게임을 알아가는 재미로 느껴졌을 텐데, 어느 순간 일처럼 느껴지는 것을 깨닫고는 그 뒤로는 플레이를 하지 않게 되었다.
일종의 게임 불감증일지도 모르겠다.
뭔가 집에서 게임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데 그런 생각 없이 느긋하게 할 수 있는 게임은 재미가 없고, 다들 한다는 AOS나 FPS 장르의 인싸 게임들은 너무 복잡하고… 이제 나도 나이를 먹은 건가 싶을 때 불현듯 JRPG가 떠올랐다.
Japanese Role Playing Game. 줄여서 JRPG인데, 예전 패미컴 시절부터 이어져오는 그 일본 특유의 턴제 rpg 게임들이다. 장르에 특정 국가가 들어갈 정도로 굉장히 전형적인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뭐 이런 디테일한 건 나무위키꺼라 등에 엄청 잘 나와 있으니 참조하면 되겠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JRPG 특유의 턴제 플레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다만 게임을 하면서 스토리를 읽어가는 걸 좋아하다 보니, 이러한 스토리의 비중이 큰 장르가 JRPG였을 뿐. 물론 요즘엔 AOS나 FPS, PVP 게임 같은 스토리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었던 다른 장르들도 스토리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JRPG는 그 자체가 텍스트로 구성된 스토리를 이어나가면서 게임이 진행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토리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장르였다.
스팀에서 게임 좀 사본 분들은 알 것이다. 세일할 때 사놓고 정작 해보지 않은 수많은 게임 타이틀들…
게임 라이브러리 하나 더 채우려고 정작 하지도 않을 거면서 사놓은 게임들…
물론 이 게임은 내가 좋아하기에 산 것이지만, 아무튼 그런 설치하지 않은 게임들 가운데에 테일즈 오브 심포니아가 눈에 띈 것이다.
처음엔 게임 불감증을 치료해 보려고 예전에 했었던 추억의 그 맛을 느껴보고자 시작한 건데, 막상 해보니 그런 거 필요 없이 그냥 재미있었다.
이전에도 테일즈 오브 시리즈는 두 타이틀을 플레이했었다. 희대의 망작이라는 제스티리아와 그 뒤를 이은 괜찮은 후속작 베르세리아. 그런데 어쨌든 나는 두 타이틀 모두 재미있게 했었다. 왜냐하면 비교할 대상이 없었거든(…)
그런데, 심포니아를 해 보니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물론 내가 플레이해본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오래전에 나온 게임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래픽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히 밀리는 것이 당연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30 프레임 고정인 데다가, 편의적인 기능이 조금은 부족한 옛날 방식, 과도하게 많은 퍼즐들과 불친절한 동선 등등… 플레이하면서도 전체 지도 이미지 파일과 일본어로 된 위키 공략집을 들여다보기 위해 최소화를 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런 점들을 다 감안하고서도 스토리적인 측면에선 제일 재미있게 플레이했다. 사실 뻔하다면 뻔한 스토리다. 과도한 기술, 과학의 발전이 만들어내는 부작용 등을 얘기하는 것, 어느 정도 플레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이 오는 약간의 반전들 또한 테일즈 오브 시리즈 특유의 빠지지 않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그 뻔한 스토리를 중간중간 긴장감 있게 잘 풀어가는 것이 대단한 것이다.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고유한 사연들도 재미있게 따라갈 수 있었고, 메인 콘텐츠의 볼륨도 풍부한 편이라서 서브 퀘스트와 숨겨진 목표들까지 하게 된다면 100시간 정도는 거뜬히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쨌든 내가 구매하지 않은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를 해보지 않은 지금의 상태에선 저 3개의 타이틀 중에서는 그래도 심포니아가 제일 재미있게 플레이하지 않았나 싶다. 다만 그래픽적인 측면이나 편의성에서는 확실히 다른 두 타이틀보다는 불편할 수 있다. 그럼 난 이제 마저 플레이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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