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난 항상 말이 많았던 아이였다.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언제나 떠드는 사람에 내 이름이 붙어있었고, 할 말이 떠오르면 그것을 말해야만 속이 후련해지는... 오죽했으면 그 당시 나의 별명이 아나운서였을까.

 

하지만 그럴수록 말실수를 하거나, 다른 사람을 상처 주는 일도 종종 일어나게 되었다. 말이 가지는 책임이 점점 무겁게 느껴지고, 그때부터는 해도 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년을 더 살다 보니 이제는 그냥 침묵이 더 나은 상황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말을 할 때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 귀찮고 피곤해진 것이겠지.

 

별명이란 게 이제 와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굳이 지금 바꾸자면 아무것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는 묵직한 바위 같은 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