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현재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는 드라마 체르노빌을 보았다.
포스터에서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라는 문장이 말해주듯이, 그 날 재앙으로 번지지 않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작은 거짓과 인간의 안일함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지게 된 체르노빌 원자력 폭발사고에 대한 조명을 담담하면서도 몰입력 있게 소개하고 있다.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4화였는데, The Happiness of All Mankind라는 에피소드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전 인류의 행복을 위한다는 명분 하에 아무런 죄가 없는 생명(여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도 포함된다)을 빼앗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저 문장 자체가 소비에트 정권의 선전선동 문구라는 점에서도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 제목이라 할 수 있겠다.
마지막화에서는 사고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있는데, 이것을 보고 있으면 정말 많은 생각이 든다. 발전소 폭발까지 한 시간도 안 되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정말로 조금만 냉철하게 상황을 보았다면 사고를 비켜나갈 수 있는 선택지가 수 없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지함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는 책임자와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묵묵히 따를 수밖에 없는 실무자들이 빚어낸 참사의 결과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방사능이 가지는 위험의 특성상 이것은 끝난 일이 아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현재의 사고다.
이 드라마를 보고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 정도로 위험하다면 일본 여행은 정말 멍청한 짓이 아닐까?'
'일본에서 생산되는 음식이나 물건들을 사용해도 괜찮을까?'
핵이나 방사능은 예전부터 공포의 소재로 이용되어왔다. 환경단체나 탈원전을 주장하는 일부 강경파 사람들에게 이것은 아주 좋은 소재가 된다. 물론 후쿠시마 사고가 엄청난 재앙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일본의 사후 대처나 진실을 은폐하려는 행동 등에 대해서도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거짓인 것도, 모든 것이 진실인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드라마가 더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당장 피해가 나타나지 않으니까 안심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적어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호기심이라도 생기길 바란다.
다큐멘터리가 아니면서도 높은 수준의 고증과 (물론 이것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아무리 고증이 잘 되어 있더라도 드라마 장르상 허구인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 사건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배워야 할 점들을 왜곡 없이 잘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또한, 시즌 드라마 특유의 용두사미식 진행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추가 시즌 계획 없이 5화로 완결된 체르노빌이라면 끝까지 높은 완성도로 만들어진 드라마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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