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드디어 아이유의 포스팅이다.

아이유의 정규2집인 Last Fantasy는 이미 나오기 전부터 엄청난 이슈를 몰고왔었고, 앨범이 출시되자마자 앨범내의 모든 트랙이 1위부터 13위까지 차례대로 음악 사이트의 차트를 휩쓸었던 무서운 앨범이다.

거기다 작년(?!)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포스팅을 적고 있는 현재까지도 다음 뮤직에서는 타이틀곡인 '너랑 나' 가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이 po아이유wer

이러한 아이유의 파급력은 희소성 있는 목소리톤이나 가창력, 아이돌이 판치는 가요계에서의 신선함 등등...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그런 것들을 다 제쳐두고서라도 가수는 결국 음악으로 말하는 것이므로, 앨범 자체의 완성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번 앨범에 조영철 프로듀서를 주축으로 하여 김광진, 윤상, 정재형, 이적, 김형석, 정석원, 김현철, 윤종신, 이민수, 코린 베일리 래, G.고릴라, Ra.D 등등 정상급의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것 만으로도 앨범의 완성도가 짐작된다.

완성도 높은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트랙들을 일일이 모두다 언급하기에는 정말 끝도없을 일방적인 찬양이 될 것 같아서,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도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곡 하나의 리뷰를 통하여 포스팅을 하고자 한다.


그것이 바로 제목이 말해주고 있는 Last Fantasy다. 시간을 달리는 아이유를 만날 수 있는 타이틀 곡, '너랑 나' 부터 시작해서, 동화속 이야기 그 자체인 '잠자는 숲 속의 왕자' 등등...이 앨범의 전체적인 컨셉은 환타지다. 현재 아이유의 나이로 봤을때도 소녀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도기적인 시기이다보니, 이러한 컨셉과 잘 맞아떨어진다.

(이번 앨범의 메인 시놉시스라고 할 수 있는 '눈 깜빡하면 어른이 될 거에요' 만 봐도 이 앨범의 컨셉을 알 수 있다.)

대중적인 면으로 보았을땐 타이틀 곡인 '너랑 나' 의 선택이 탁월했다.
다만 앨범 자체의 컨셉과 완성도가 가장 뛰어난 트랙은 역시 9번 트랙인 Last Fantasy라고 생각한다.

Last Fantasy - 아이유 | 2집 Last Fantasy
작사 : 김이나
작곡 : 김형석
편곡 : Cinebro-NOTE

좋은 꿈을 꿨죠
어느 꽃보다 아름다운
찬 바람결에 이불 당기며
눈을 뜨니 오늘이었죠
어느새 계절도 바뀌었죠

하얀 하늘과, 파란 구름조각들
내 맘대로 그려지던 곳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또 내게 올까

아득한 건 언제나, 늘 아름답게 보이죠
가까이 다가선 세상은 내게 뭘 보여줄까요
아직 겁이 많은 이런 나, 그대라면 내가 기대도 될까요
더 조금만 맘을 열어 줄래요
그댄 누군가 필요하지 않나요

나처럼


그런 적 없나요
아주 긴 잠을 잔 것처럼
어제와 살짝 다른 공기에
왠지 하루가 낯설 때
왠지 모든 게 낯설 때

나의 아침이 누군가의 밤이란
아주 당연한 그 사실이
왜 이리 외로운건지
왜 슬픈건지

아득한 건 언제나, 늘 아름답게 보이죠
가까이 다가선 세상은 내게 뭘 보여줄까요
아직 겁이 많은 이런 나, 그대라면 내가 기대도 될까요
더 조금만 맘을 열어 줄래요
그댄 누군가 필요하지 않나요

꼭 나처럼


내 마지막 판타지를
내 가슴에 영원히

날아갈 수 있다면 난 그대에게 갈 텐데
하지만 지난 밤 꿈 속의 의미를 나는 믿어요
아직 모르는게 많은 나
저 문을 열고 걸어나가도 되겠죠
날 천천히 기다릴 수 있나요
기도해줘요 넘어지지 않도록
나를 믿어요
요즘의 케이팝들의 대부분은 가사만 보았을때는 이해하기 힘든 가사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이견이 없을거라 생각한다.) 물론 그러한 점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예전처럼 한편의 시처럼 주옥같은 가사가 아니더라도, 가사와 음악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만든 대중음악의 한 추세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것에 대하여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위의 Last Fantasy의 경우에는 그런 최근의 대세에도 불구하고 가사만 떼어놓고 봤을 때도 충분히 의미전달이 되는 간결하면서도 아이유라는 가수의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소녀에서 어른으로의 성장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의 심리를 아이유다운 목소리로 잘 표현해 낼 수 있도록 짜임새 있는 작사를 보여주고 있다. 과연 요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김이나 작사가다운 곡이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가사에서 말하고 있는 '그대' 에 대한 이중적인 의미였는데, 단순히 '기대고 의지하고 싶은 대상' 을 가리킬 수도 있겠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먼저 어른이 된 미래의 자신에게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고, '어른' 이라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소녀의 입장에서 세상에 대한 모습을 물어보는 것일 수도 있겠고...이 이상은 너무 깊이 들어간 것 같으니 이만 빠져나와야겠다.

어쨋든 가사를 중요시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이 곡의 작사는 정말 뛰어나다고 말하고 싶다.


작곡적인 부분에서도 실험적이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매우 성공적이다.
수많은 발라드 곡들로 유명한 김형석 작곡가 임에도 불구하고 이 Last Fantasy에서는 오케스트라를 동원한 웅장한 스케일의 작품이 만들어졌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초반부에 1분정도의 시간동안 반주가 계속되는데, 이 도입부를 듣고 있으면 위의 가사에서 말한 '좋은 꿈을 꿨죠' 라는 의미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정말로 '좋은 꿈' 에 대한 오케스트라 반주의 표현력이 돋보였다고 해야 할까, 듣는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내게 있어서 초반부의 그 도입부는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가사로 다가왔다.

아이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 또한 오케스트라와 잘 어우러지게 되는데, 압권은 마지막 4분 30초대부터 시작되는 곡의 절정부분에서의 매끄러우면서도 높은 음역대의 발성이다. 처음 이어폰으로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반주와 함께 그 부분을 들으니 소름이 끼칠 정도였는데, 이것은 초반부에 비교적 잔잔하게 시작하여 서서히 절정을 향해 끌어올린 김형석 작곡가의 짜임새있는 작곡 능력을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쓰다보니 자정을 넘어버렸다. 이제 슬슬 정리를 해보자면,

이번 아이유의 2집 앨범에서 단 한곡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필자는 주저없이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이 9번 트랙을 고르도록 하겠다. 위의 포스팅에서는 작곡과 작사위주로만 글을 적었지만, 결국 아무리 좋은 곡도 가수가 그것을 잘 소화해야만 하는 것이다. 아이유가 부른 이 Last Fantasy는 정말로 아이유 자신의 곡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완성도 높은 곡들을 가지고 나온다면 아이유는 계속해서 인기를 누릴 것이다. 가수에게 있어서 다른 무엇보다도 대중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은 노래 그 자체니까.


P.S.
아이유에 대한 포스팅은 다음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마 이걸로 마지막일거라 생각된다. 위에서 워낙 좋은 점만 가득적어 놨더니 나 자신에게 '정말로 이게 완벽한 앨범인가?' 라는 회의감이 생겨서 쓰는 김에 앨범에 대한 전체적인 아쉬운 점도 덧붙인다.

한마디로 이번 앨범은 '진부하다'.
앨범의 완성도는 물론 완벽에 가깝다. 그러나 그러한 완벽함이 아이유 본연의 모습에만 너무 치중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비록 내가 어릴때였긴 했지만, 소녀에서 어른으로 변한다는 컨셉이 동일했던 박지윤의 '성인식' 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다.

하지만, 아이유의 이번 앨범은 소녀에서 어른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이 단 하나의 반전도 없이 너무나도 아이유스럽게, 동화같은 아름다움으로 포장된 앨범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한번뿐인 기회를 너무 진부하게 날려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결국 지금 내가 이렇게 극찬을 하지만, 과연 내 마음속에 오래 각인될 정도로 인상적인 앨범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그리 만족스런 답은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