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제약전문 저널리스트인 재키 로의 2006년 작품이고, 한국어로는 2008년에 나왔다.

도서관에 갔다가 제목이 눈길을 끌어서 읽게 된 책인데, 작가가 굵직굵직한 제약회사들에 대하여 수치적으로 객관적인 비판을 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 책이다.

처음 읽기전에는 사실상 우리나라에는 전세계적으로 인정하는 굴지의 제약회사가 없기 때문에 별로 와닿지 않겠거니 생각했는데, 오히려 다국적 제약업체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충분히 제약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제네릭 의약품만을 주력으로 생산·판매할 수 밖에 없는 재정시스템을 가진 국내의 여러 소규모 제약업체들은 이런 다국적 제약업체에게 계속해서 밀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주로 재키 로가 언급하는 제약회사의 어두운 면은 그것을 규제하는 입장에 있는 미국의 FDA나 영국의 NHS(영국의 보건의료제도. 자본주의국가의 보건의료제도 가운데서도 종합적 보건의료서비스를 전국민에 대해서 무료·무차별로 제공 - 간호학대사전 인용)같은 경우 실질적인 정부측의 예산편성이 거대 제약사의 그것에 비해 한참 못미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규제자체가 불가능한 실상이고, NHS의 경우에는 65세 이상의 고령층 인구에게 약제비와 기타 의료비용을 무료로 지원해주는 현재의 시스템이 계속해서 적자를 본다는 것을 고려했을때는 결국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제네릭 의약품을 처방하도록 권유하는 정도의 수준이고, 제약업체의 대규모 마케팅 홍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책에서 소개해준 제약업체의 마케팅 홍보들이 상당히 인상적인데,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20년전에 과연 비타민이나 기타 영양분 보충제에 대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신경썼을까? 미국의 청소년 및 어린들에게서 종종 보여지는 ADHD(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 :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하여 산만하고 과다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포함한 여러가지 정신질환은?

병이라는 것을 치료해주는 것이 약이고 그것에 대하여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한 병이 없어지면 망하는 것이 제약업체이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제약업체의 입장에서는 병이 지속적으로 있어야 하며, 이것은 각종 대중매체를 통한 마케팅으로 사람들에게 불안한 심리를 마련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실제로 비타민C의 일일권장량은 계속해서 바뀌어왔다. 2006년 기준인 이 책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최초 30mg에서 45mg, 60mg으로 점점 늘어났고, 미국의 경우엔 85mg이다. 우리나라는 100mg이다. 지금은 또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최초의 권장량은 결핍증을 예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치이고, 계속해서 증가하는 이유는 비타민의 중요성에 대한 지나친 비약이 만들어낸 수치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사실상 우리가 흔히 먹고 있는 3끼의 식사만으로도 하루권장량의 비타민은 모두 섭취가 됨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각종 영양제를 챙겨먹는 것을 종종볼 수 있는 것은 어찌보면 이미 우리도 알게모르게 제약회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조금 더 와닿는 예도 있다. 현대인에게 있어서 콜레스테롤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적당량의 콜레스테롤은 우리몸에 필수적인 세포구성요소이지만 그 양이 많아지게 되면 혈관에 축적되게 되고 이것은 결국 고지혈증, 동맥경화, 기타 심혈관계 질환을 야기하는 위험을 초래한다...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실제로도 이것은 어느정도는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1957년 당시 미네소타 대학의 생리위생연구소 소장이던 앤셀 키즈가 이 이론을 발표할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이 이론에 대하여 냉담한 반응이었다.

당시에는 심장마비와 같은 심혈관 질환들이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개체에 의한 질병이 문제인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생활습관이 문제인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을 때였고, 실제로 콜레스테롤과 심혈관질환과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임상실험을 실시하였다.

결과는

케이크와 파이를 먹지 못하도록 설득한 실험군은 매 1,000명당 41명이 사망하였고, 통제군은 매 1,000명당 40명이 사망했다.

...? 차이가 없다. 거기다가 세계보건기구가 실시한 유사연구도 비슷한 시기에 실시되었으며 똑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위약효과에도 못미치는 최악의 결과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여전히 콜레스테롤 저하제인 스타틴계 약물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 이유는 당시의 못마땅한 실험결과에도 불구하고 제약업계와 다이어트 주창자들이 계속해서 콜레스테롤의 위험성에 대하여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1984년에 콜레스테롤 저하제가 최초로 나왔는데(제약회사인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에서 만든 콜레스티라민) 심장마비의 위험을 25% 줄여준다며 출시되었으나, 당시 음식에 뿌려먹어야 했던 이 약은 음식 맛을 역겹게 만들었고, 그 약을 복용한 사람의 3분의 2가 변비, 가스, 가슴 쓰라림, 복부팽만감 같은 부작용을 보고했다.

7년동안 이 약을 복용한 1,900명 가운데 30명이 치명적인 심장마비를 일으켰는데, 이는 당시 임상실험에서 통제집단의 38명이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에 비해서 8명이 줄었으니 심장마비를 25% 줄여준다는 주장과 관련이 있긴 하다. 다만, 이것은 8명의 목숨을 건지는 데 7년의 시간과 그에따른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소요되었고, 전체사망률로 보았을 땐 결국 통제집단과 약을 복용한 집단이 동일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 약이 유효하다고 인정하기는 어려웠다.

그 이후 오늘날 스타틴계 약물들이 나오면서 현재까지 쓰여지고 있는 것인데, 이 스타틴계 약물이 도입됨에 따라 1986년에서 1991년까지 세계 지질저하제 시장이 4배로 커지게 되었고, 그에따라 제약회사의 매출량도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결국 제약회사의 입장에선 사업분야가 넓어진 셈이다.

물론 현재의 스타틴계 약물이 여러가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데는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992년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에 올라온 콜레스테롤 저하제의 효과에 관한 메타분석 결과에서 관상동맥심장질환이 현격하게 감소되긴 하지만, 전체 사망률은 치료집단에서 되려 약간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일부 예민한 사람들은 콜레스테롤 저하가 세포기능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만큼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콜레스테롤에 대한 인식은 잘못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고, 이것에 제약회사의 이익을 위한 마케팅이 상당부분 관련있다는 것이다.

쓰다보니 글이 꽤 길어졌는데, 그 외에도 제약회사의 상업적인 측면을 비판하는 여러가지 예들이 있으며, 그것을 대안할 수 있는 방안으로 대체의학에 대한 소개등이 있으니 제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쯤은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제약회사가 우리에게 주는 도움은 확실히 크다. 그러나 우리도 그에 대한 충분한 금전적 댓가를 주고있는만큼 제약회사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