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사실 진화론에 대해서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알 정도의 책이다.
이미 나온지는 꽤 지났지만, 다윈주의적 진화론을 까는 책들 중에서 몇 안되는 논리적인 반박글이다.

참고로 나는 무신론자인데다가 다윈에 의한 진화론을 옹호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마이클 베히가 주장하는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이나 지적설계론은 믿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논리적' 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현재 대학 교수인 마이클 베히의 생화학적인 관점에서의 설명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but, 그것이 전부다. 책에서 초중반까지 소개되어 있는 편모나 혈액응고, 항체형성 등등의 마이클 베히가 말하는 이른마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 을 가진 매우 복잡한 생화학적 과정은 나에게 '우왕, 생물 졸랭 신기해! 이런 복잡한 과정으로 진행된다니 지리것네!' 라는 생각으로 밖에 다가오지 않았고, 그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처럼 복잡한 과정은 결코 다윈의 점진적인 진화론적 관점에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사실 제목에서 2001년에 발행되었다고 했지만, 그것은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한 것이고, 초판은 이미 Darwin's Black Box라는 제목으로 1996년에 나왔다. 그만큼 나온지가 오래된 상태이고, 만일 마이클 베히가 이와 같은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치길 원한다면 후속작이 나와야 하는것이 정상일텐데,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왜일까? 당연하다. 어느정도 생명에 대하여 공부를 했다 하는 사람부터 리처드 도킨스같은 대표적인 진화론 옹호자들까지 마이클 베히의 저 이론은 비과학적이고 허무맹랑한 헛소리라고 치부되었기 때문이다.

뭐, 사실상 알고보면 그럴만도 하다.

이 책에서 마이클 베히가 주장하는 핵심인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그는 쥐덫을 예로 들고 있다.

쥐덫의 부속품
①받침으로 사용되는 평평한 나무판자
②실제로 작은 쥐를 박살내는 일을 하는 금속 해머
③덫이 장치되어 있을 때 판자와 해머를 눌러주는 끝이 길게 나와 있는 스프링
④조금이라도 압력이 가해지면 풀리는 민감한 걸쇠
⑤덫이 장치되어 있을 때 걸쇠에 연결되어 해머를 뒤로 젖힌 상태로 지탱해주는 금속막대

마이클 베히는 이 쥐덫의 부속품들 중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쥐덫으로써의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쥐덫을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 이라고 하였고, 우리 몸에는 이와 같은 복잡성을 가진 신체기관들이 많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쥐덫이 환원 가능한 복잡성을 가진다는 것을 해외에서 증명함으로써 마이클 베히의 주장은 아무런 설득력을 얻지 못하게 되었다.

http://udel.edu/~mcdonald/mousetrap.html
애니메이션을 통하여 쥐덫의 환원 가능한 복잡성을 설명해주는 사이트

사실상 애초에 마이클 베히가 주장하는 것은 아직까지 우리의 과학수준으로 해결되지 못한 여러가지 생명의 난제들을 가지고 '이것은 복잡하기 때문에 지적설계자가 아니면 설계가 불가능하다' 라고 주장하는 것이므로, 증명할 수 있는 과학의 범주에 든다고도 할 수 없다.
(또한 결정적으로 편모, 혈액응고, 항체형성을 포함한 마이클 베히가 주장하는 환원 불가능 하다고 했었던 모든 기관들이 환원 가능한 복잡성이라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다.)

이처럼 딱히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이미 과학이라 할 수 없는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지적설계론의 모순을 찾아낸 사람들이 마이클 베히를 탈탈 털어버렸기 때문에 마이클 베히는 자신이 교수로 있는 리하이 대학 홈페이지에도 지적설계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어디까지나 개인차원의 생각이고, 그것에 대하여 실질적으로도 학과의 자기 동료들은 반대하고 있다는 말을 적어놓고 있다.
(원문 : My ideas about irreducible complexity and intelligent design are entirely my own. They certainly are not in any sense endorsed by either Lehigh University in general or the Department of Biological Sciences in particular. In fact, most of my colleagues in the Department strongly disagree with them.)

마이클 베히의 홈페이지 : http://www.lehigh.edu/~inbios/faculty/behe.html

적다보니 마이클 베히만 자꾸 까이는 거 같아서 마음이 조금 아프긴 하다. 하지만 그만큼 진화론의 과학적인 증명은 탄탄하게 입증되고 있고, 창조론과 지적설계론을 포함한 비과학적인 주장들은 전부 다 과학적으로 반박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외에도 여기서 미처 적지 못한 반박자료들은 이분의 블로그에 많이 있다.
http://iiai.blog.me
실제로 과학자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마이클 베히 뿐 아니라 창조론이나 지적설계론에 대한 과학적인 반박글이 많아서 추천한다.

http://blog.naver.com/iiai/35233552 : 지적설계론의 허구성 -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