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는 내가 고등학생 때 쯤 부터 알고 있었던 작가다.
데뷔작인 키친을 시작으로 여러가지 작품들을 선보이면서 그 당시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수많은 상을 받은걸로 알고있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이 작가의 책을 단 하나도 읽어보지 않았었는데, 읽기 싫어서라기 보다는 그 정도로 내가 관심이 있었던 작가는 아니었기에 기회를 만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티티새라는 작품 또한 나에게는 딱히 관심이 있어서 읽게 되었다기 보다는 지인에게서 받은 책들 중 하나였기 때문에 실제로 1년 정도가 지난 지금에서야 읽게 된 것이다.
티티새는 데뷔작 키친 이후로 나온 요시모토 바나나 최초의 장편 소설이다.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긴 장편이냐고 묻는다면 딱히, 책의 크기나 활자의 양이 그렇게까지 많지 않고, 약 2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니...굳이 따지자면 장편보다는 중편에 가까운 느낌이다.
읽는데 걸리는 시간도 그렇게 길지 않아서, 책을 온전히 읽은 시간으로만 따져보면 이틀 정도만에 다 읽은 것 같다.
책의 분량이 작아서라기 보다는 그만큼 이 작품이 쉬운 문체와 심오하지 않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어서일 것이다.
죽음과 가까운 주인공에 대하여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가볍게 읽히게 만드는 것이 요시모토 바나나의 능력인 것 같다.
개똥지빠귀라고 더 잘 알려져 있는 티티새가 제목인 이유는 다 읽을때까지도 몰랐는데, 옮긴이의 말에서 알게 되었다.
주인공인 츠구미가 바로 티티새를 뜻하는 의미였던 것이다. 그만큼 이 소설은 츠구미의 이야기 그 자체이다.
다만, 그것을 직접 표현하기 보다는 츠구미의 친구인 마리아 라는 관찰자의 시점에서 그녀를 바라보는데, 누구라도 그녀의 묘한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캐릭터성은 오직 읽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이야기가 진행되어지는 바닷가 마을을 (실제는 어떨지 몰라도) 한번쯤 정말로 거기 가서 살고 싶게 만드는 아름다운 묘사와 표현력은 요시모토 바나나가 왜 여성 독자층이 많은지를 보여준다.
이야기는 방학을 맞이한 마리아가 한 달 동안 츠구미 가족이 살고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지내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몸이 약해서 항상 죽음이란 것을 지근거리에 두고 있는 츠구미를 바라보는 마리아와 그것을 읽고 있는 나는 그 누구보다도 하루하루를 '살아있게' 보내는 그녀를 보며, 현재 자신에 대한 삶을 돌아보게 된다.
이런식의 플롯은 우리나라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당장 생각나는 것은 황순원의 소나기를 필두로 하여 위기철의 아홉살인생 정도?
굳이 따지자면 첫사랑의 느낌에 죽음을 포함시킨 것이니 소나기가 더 적절할 것 같다.
이러한 감성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이 좋을만한, 실제로 상도 많이 받은 책이니 분명 후회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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